본문 바로가기
K여행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방문 후기

by 노마드 여행자 2023. 4. 23.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방문후기

일제 강점기 한국의 애국지사들을 투옥하기 위해 만든 감옥, 군사정권 시기 많은 시국사범들이 수감되었던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 방문 후기를 남깁니다.

1. 서대문형무소 건립 배경 및 변천과정

사적 제324호로 지정되어 있는 옛 서울 서대문형무소는 1907년 일제가 한국의 애국지사들을 투옥하기 위해 만든 감옥입니다.

처음에 건립 당시 이름은 경성감옥이었고 서대문감옥, 서대문형무소, 경성형무소, 서울형무소, 서울교도소 등으로 바뀌다가 1967년에 서울 구치소가 되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운동가를 비롯하여 애국시민, 학생들이 투옥되었고, 광복 이후에는 반민족 행위자와 친일세력들이 대거 수용되었으며 이후 군사정권 시기에는 시국사범들이 수감되었습니다.

1987년 경기도 의왕시로 구치소를 이전하면서 역사성과 보존 가치를 고려하여 9~13 옥사, 한센병사, 사형장 등을 남겨두었으며 1988년부터 공원을 만들기 시작하여 1992년부터 '서대문 독립공원'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변천과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대문형무소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의 아픔을 간직한 의미 있는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서대문형무소 관람 방법

가. 관람권 구매

입구에 있는 자동매표소에서 구매하면 되고 가격은 성인 3,000원(단체 2,400원), 청소년 1,500원(단체 1,200원), 어린이 1,000원(단체 800원), 군인 1,500원, 경로우대자 및 유아(6세 이하), 장애인, 국가보훈자는 무료입장이 가능합니다.

※ 단체는 20인 이상이고 서대문구 거주 주민 및 관내학교 학생은 50% 할인혜택

서대문형무소 입구 및 관람권
서대문 형무소 입구, 관람권

나.  관람방법

입장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보안과 청사 건물이고 이 건물부터 관람을 시작하면 되며 관람 표지판만 따라가면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전체를 빼놓지 않고 둘러볼 수 있도록 순서를 구성했기 때문에 관람표지판만 따라가시면 됩니다.

1) 보안과 청사 건물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로 지어졌고 1층은 사무실, 2층은 회의실과 소장실, 지하는 조사실로 사용되었는데 현재는 내부를 개조하여 역사 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1층은 서대문형무소를 비롯한 전국 감옥의 설치와 확장, 복원과정 등을 담은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2층에는 대한제국 말기 의병부터 3.1 운동까지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항일 독립운동가와 관련 유물들이 전시된 민족저항실 1관,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었던 사상범의 수형기록카드 약 5,000여 장을 전시하여 그들을 기억하는 공간인 민족저항실 2관이 있으며 음악과 함께 "많이 추우셨죠, 많이 힘드셨죠, 많이 아프셨죠, 나오세요!"라는 멘트가 들려올 때 당시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간 많은 애국지사들의 모습이 떠올리며 눈물이 돌았습니다.

민족저항실 3관은 1920년부터 1945년 해방까지 서대문형무소와 관련된 항일 독립운동과 사형장 지하 시신 수습실 모형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지하에는 조사실과 취조실로 일제 검찰이 수감자들을 잔혹하게 취조하고 고문했던 현장을 복원했고 생존 애국지사의 육성 증언을 전시했는데 모든 사람들이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으니 꼭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지하에서 만나는 첫 번째 방인 물고문실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을 보면, 강제로 수조에 머리를 집어넣거나 코와 입에 마구 물을 들이부어 호흡을 곤란하게 하여 고통을 주었던 고문 방법이라고 쓰여 있으며 호흡을 곤란하게 하여 고통을 주고 심지어 폐에 물이 차서 흉막염에 걸려 고통스럽게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내용은 충격적이었으며, 손톱 찌르기 고문, 상자 안에 날카로운 못을 박아 놓고 사람을 집어넣어 마국 흔들어 고통을 줬던 상자고문, 옴짝달싹할 수 없는 관모양의 작은 나무박스에 감금하여 움직일 수 없는 고통을 주는 벽관고문 등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고문흔적을 보면서 역사를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촌계몽소설 "상록수"를 집필한 심훈 선생님이 어머니께 보낸 옥중 편지 중 계속해서 저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문구가 있어 남깁니다. "~중간 생략, 어머니! 대단히 이상한 일은 생지옥 속에 있으면서도 하나도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누구의 눈초리에서도 뉘우침과 슬픔이 보이지 않고 도리어 그 눈들은 샛별과 같이 빛나고 있습니다." 당시 애국지사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는 문구였고 그런 분들의 후손으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난 것에 새삼 감사함과 자랑스러움을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2) 중앙사

간수들이 수감자를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 근무했던 공간이며 10, 11,12 옥사를 방사형으로 연결하여 옥사 전체를 감시할 수 있는 파놉티콘(panopticon) 구조로 되어 있으며 서대문형무소 운영 조직과 인력 배치 등 감옥 운영에 현황을 전시한 간수 사무소와 먹고, 자고, 생활하는 감옥의 일상에 관한 것을 전시했습니다. 

3) 옥사(10,11,12 옥사)

수감자들이 실제 투옥되었던 건물로 1922년 건축되었으며, 가장 넓은 방이 13㎡(4평 남짓)인데 이곳에 평균 40~50명이 수감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고문은 그렇다 하더라도 누워서 잠을 잘 수도, 앉아 있을 수도 없게 수감자들을 관리한 것을 보면서 일본 간수들이 수감자들을 개나 돼지보다 못한 취급을 했다는 것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많은 관람객들이 보안과 청사 건물과 중앙사까지만 가고 밖에 있는 건물들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은데 옥사 관람을 반드시 할 것을 권합니다.

옥사에는 일제강점기 수감 역사뿐만 아니라 군사독재에 맞서 싸웠던 분들의 역사도 기록되어 있으며 오늘날 민주국가가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용기와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니다. 

고등고시에 합격하고 판사로 임용되었지만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하여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어온 이돈명 변호사를 기념하는 공간에는 이돈명 변호사가 수감시절 손녀딸이 보낸 손 편지가 전시되어 있는데 꼭 한 번 읽어 볼 것을 권하며 그가 남긴 한마디를 남깁니다. "불의에 쫓기는 한 마리의 양을 보호하겠다."

4) 공장

수감자들이 노역했던 공간이고 1923년 2층으로 지어졌고 작업공간으로 사용했던 이곳은 원래 하나의 큰 방이었으나 해방 이후 4칸으로 분리되었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각종 물품과 군수용품을 생산했던 기록 영상을 상영하고 있으며 해방 이후에는 주로 옷감과 실, 의복 등 의류품을 만들어 전국 각지의 형무소나 군부대, 관공서에 공급했다는 내용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5) 사형장

1910년 후반에 건축한 것으로 추정되며 일제 강점기부터 1987년 서울구치소 이전까지 실제 사형이 집행되었던 건물로 실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교수형에 쓰이는 목줄이 덩그러니 매달려 있는 모습인데 억울하게 죽어간 선열들의 울부짖음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듯했습니다.  

6) 기타 시설물

수감자 중 한센병에 걸린 사람들을 격리 수용했던 한센병사, 수감자 운동시설로 감시와 통제를 위해 격벽을 설치하고 그 안에 간단한 운동을 하게 했던 격벽장, 여성들이 수감되었던 공간으로 미결수가 수용되었던 여옥사, 취사장, 추모공간 등이 있고 뮤지엄샵이 취사장 내 작은 공간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3. 맺음말

영국의 역사학자 E.H.Carr는 역사는 단순히 과거 발생한 어떤 사실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고 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말도 있습니다.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을 돌아보면서 나라를 빼앗긴 것에 슬퍼하고 좌절한 것이 아니라 나라를 되찾는 그날까지 소중한 목숨을 내던졌던 선조들의 결기와 함성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것 같고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했던 민족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한 시간이었습니다.

매표소 밖에서 등산을 마치고 입장권을 끊고 있는 50대 아저씨가 동료들에게 "20분이면 다 볼 수 있잖아! 들어가자!"라고 한 말을 들으며 건물 앞에서 기념사진이나 찍고 나올 수 있는 공간이 아닌데 이곳의 진가를 모르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또한 이곳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밖에서 보이는 모습이 특별히 볼거리가 있을까라는 생각이었는데 3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릴 정도였고 어느 한 공간도 의미가 없는 곳이 없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부모님과 함께 또는 연인과 함께, 자녀들과 함께, 또는 저처럼 혼자라도 꼭 한 번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방문해 볼 것을 권합니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관련 세부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홈페이지

※ 마지막으로 아쉬웠던 점 한 마디 : 전시실 입구에 전체적인 내용을 소개하는 영문자료가 있었으나 전시되는 내용 중 감동을 주는 전시물들 대부분은 애국지사나 민주화 운동을 한 분들이 했던 말씀들인데 그런 부분들이 영어로 번역되어 있지 않아서 외국인들이 온전히 감동을 받기에는 부족함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라도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관계자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 그런 부분을 보완하는 방안을 찾아보시길 당부드립니다.  

대한민국 최대의 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방문후기"도 방문하셔서 좋은 정보 가져가세요!!!

 

대한민국 최대의 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방문 후기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박물관 하면 떠올리는 것이 영국의 대영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등일 것인데 한국에 여기 못지않은 대한민국 최대의 박물관이 있다

nomad-traveler.tistory.com

 

댓글